바코드를 처음 통과한
껌 한 통
1974년 6월 26일 오전 8시 1분, 미국 오하이오주 트로이의 한 계산대가 상업용 바코드를 처음으로 읽었다. 스캔된 것은 껌 한 통이었다. 그날 아침 기록된 것은 가격이 아니라, 무엇을 파는지 아는 새로운 방식이었다.
껌 한 통, 오전 8시 1분
발상은 194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먼 조지프 우드랜드와 버나드 실버는 그해 10월 20일 기계가 읽을 수 있는 선 무늬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고, 우드랜드는 그 원리를 마이애미 해변의 모래 위에 그려 본 바 있다. 특허는 1952년에 내려졌으나, 당시 전자 기술로는 합리적인 비용으로 활용할 수 없었다.
먼저 업계가 스스로 정리되어야 했다. 유통업자와 제조업자로 이루어진 위원회가 1970년 공통 기호를 정하기 위해 모였고, 1973년 4월 3일 일곱 개의 제안 가운데 IBM 기술자 조지 로러가 설계한 직사각형 무늬를 택했다. 범용 상품 코드(UPC)다. 남은 것은 실행이었다. 1974년 6월 26일, 트로이의 마시(Marsh) 슈퍼마켓에서 이 회사의 연구개발 책임자 클라이드 도슨이 리글리 쥬시프루트 껌 한 통을 판독기 앞으로 지나가게 했고, 계산대는 그 상품을 식별했다.
눈여겨볼 대목은 코드에 가격이 들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코드는 제조업체와 상품을 가리키는 번호만 담는다. 가격은 매장의 컴퓨터에 저장되어, 상품을 하나도 건드리지 않고 클릭 한 번으로 바꿀 수 있다. 가격은 상자에 붙은 라벨을 떠나 파일 속으로 들어갔다.
가격이 데이터가 될 때
바코드는 기술 문제에 앞서 조정 문제를 풀었다. 제조업자는 어떤 매장도 읽지 못하는 기호를 인쇄할 이유가 없었고, 매장은 기호 없는 상품 앞에서 판독기를 살 이유가 없었다. 이 교착을 벗어나려면 업계 전체가 미리 정한 공통 규격이 필요했다. 그래도 보급은 더뎠다. 1970년대 말까지 장비를 갖춘 미국 식료품점은 약 1퍼센트에 그쳤고, 절반이 넘는 매장이 갖추게 된 것은 십 년쯤 뒤였다.
경제적 의미는 계산대를 넘어선다. 한 번 지나갈 때마다 무엇이 언제 얼마에 팔렸는지가 하나의 관측값으로 남는다. 재고는 거의 실시간으로 파악되고, 진열대는 짐작이 아니라 확인된 판매량에 따라 채워지며, 유통업체는 정확한 수치를 들고 공급업체와 협상한다. 얇은 마진과 팽팽한 물류에 기대는 현대 대형 유통은 이 작은 직사각형 위에 서 있다. 이력 추적, 소비 데이터, 플랫폼 공통 규격을 둘러싼 오늘의 논쟁에도 같은 논리가 흐른다. 공통의 언어를 정하는 쪽이 게임의 조건도 정한다.
바코드는 판매 방식을 바꾸기 전에, 무엇을 파는지 아는 방식을 바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