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기도 전에 이익을 세어 둔 거대 기업
2001년 12월 2일, 미국의 에너지 기업 엔론이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포춘지가 여섯 해 연속 「미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꼽았던 이 회사는, 아직 벌지 않은 미래의 이익을 이미 받은 것처럼 장부에 적어 왔다.
아직 벌지 않은 이익 위에 세운 제국
1985년 두 가스 회사의 합병으로 태어난 엔론은 십오 년 만에 미국에서 가장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에너지 트레이더 가운데 하나로 성장했다. 주가는 2000년 8월 90.75달러까지 올랐다. 끊이지 않는 성장세를 보이기 위해 최고경영자 제프리 스킬링은 시가평가 회계를 전사적으로 확대했다. 장기 에너지 계약 하나하나가 체결되는 순간, 앞으로 수년에 걸쳐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되는 이익 전액이 이미 받은 돈처럼 장부에 올랐다.
그에 상응하는 부채가 대차대조표에 나타나지 않도록, 최고재무책임자 앤드루 파스토는 특수목적법인을 늘려 갔다. 2001년에는 수백 개에 이르렀고, 그중 악명 높은 「랩터」들은 십억 달러 넘는 자산을 흡수했다. 그 구조물은 그해 가을 무너졌다. 주가는 몇 주 만에 90달러에서 몇 센트로 떨어졌고, 2001년 12월 2일 엔론은 뉴욕에서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자산 634억 달러 규모로, 당시로서는 미국 역사상 최대의 기업 파산이었다.
아이러니에도 이름이 있다. 포춘지는 1996년부터 2001년까지 여섯 해 연속 엔론을 「미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꼽았다. 그 마지막 영예는 파산보호 신청을 불과 몇 달 앞두고 주어졌다.
장부상의 이익은 금고 속의 현금이 아니다
이 사건은 흔히 혼동되는 두 가지를 뚜렷이 갈라 보여준다. 장부에 적힌 이익과 실제로 손에 들어온 돈이다. 엔론은 금고가 말라 가는 동안에도 늘어나는 실적을 보여줄 수 있었다. 이익이 실제로 받은 돈이 아니라 예상에 기대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 회계를 감사했던 아서 앤더슨은 2002년 6월 문서 파쇄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그 회사의 소멸은 전 세계에서 약 8만 5천 개의 일자리를 앗아갔다. 독립성을 잃은 감사인이 단 하나의 고객보다 훨씬 많은 것을 위태롭게 한다는 증거였다.
미국 의회는 여기서 법 하나를 이끌어냈다. 2002년 7월 30일 서명된 사베인스옥슬리법이다. 이 법은 감사인을 감독하는 기구인 PCAOB를 만들고, 모든 최고경영자와 최고재무책임자에게 자신이 서명하는 재무제표의 정확성을 형사책임 아래 직접 인증하도록 요구했다. 사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그 경계는 늦춰지지 않았다.
종이 위에만 존재하는 이익은 언젠가 반드시 금고 앞에서 마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