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달력

30달러의 값어치였던
100조 달러 지폐

2009 화폐와 금속 읽기 4분

2009년 1월 16일, 짐바브웨 중앙은행은 100조 짐바브웨 달러짜리 지폐를 유통시켰다. 발행된 날 이 지폐의 값어치는 미국 달러로 약 30달러였고, 석 달 뒤 이를 찍어 내던 화폐는 폐기되었다.

사실

찍어 내는 속도보다 빨리 지워 간 영

2000년대 초 짐바브웨 정부는 생산이 무너지는 가운데 화폐를 찍어 지출을 충당했다. 물가는 인쇄기를 따라갔다. 짐바브웨 준비은행은 처음에는 영을 떼어 내는 방식으로 폭주를 가리려 했다. 2006년에 세 개, 2008년에 열 개, 2009년 2월에 열두 개, 모두 스물다섯 개를 뗐다. 그때마다 새 화폐는 몇 주 만에 값어치를 잃었다.

경제학자 스티브 행키의 추정에 따르면 2008년 11월에는 물가가 24.7시간마다 두 배가 되었다. 이는 기록된 초인플레이션 가운데 1946년 헝가리에 이어 두 번째에 해당하는 속도다. 지폐의 액면도 물가와 함께 불어났다. 10조, 20조, 50조, 그리고 100조 짐바브웨 달러가 모두 2009년 1월 16일에 발행되었다.

화폐가 폐기된 뒤에도 중앙은행은 2015년 9월 30일까지 지폐의 교환을 받아 주었다. 2015년 6월 100조 달러 지폐 한 장의 값어치는 미국 돈 40센트에 불과했고, 수집가들이 치르는 값보다도 낮았다. 그사이 짐바브웨 사람들은 이미 외화로 돌아서 있었다. 2009년 1월에는 미국 달러, 유로, 남아공 랜드의 사용이 공식적으로 허용되었고, 2009년 4월 12일에는 연립정부가 자국 화폐의 사용을 정지시켰다.

2009년, 30달러의 값어치였던 100조 달러 지폐
그것이 드러내는 것

화폐의 값어치는 발행을 묶어 두는 규칙에서 나온다

짐바브웨는 경제학자 필립 케이건이 이미 1956년에 설명한 메커니즘의 극단적인 실험실이다. 물가가 한 달에 약 50% 넘게 오르면 화폐는 초인플레이션에 들어선다. 누구나 값이 더 떨어지기 전에 화폐를 털어 내려 하고, 그것이 상승을 더 빠르게 하여 악순환이 이어진다.

이 사건은 화폐가 그것을 발행하는 국가 아닌 다른 무언가에도 빚지고 있음을 보여 준다. 찍어 낼 권한에는 물리적 한계가 없다. 유일한 한계는 이용자의 신뢰이며, 그것은 한꺼번에 빠져나간다. 짐바브웨 사람들은 그레셤 법칙이 예고한 대로 움직였다. 더 믿을 만한 외화는 간직하고 자국 화폐는 외면했다. 이 교훈은 통화 규율, 중앙은행의 독립성, 달러화를 둘러싼 오늘의 논쟁을 비춘다. 화폐를 지탱하는 것은 지폐 자체보다 발행을 제한하는 규칙이다.

화폐는 지폐가 모자라서가 아니라 믿을 이유가 사라져서 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