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갚지 않은 빚
1648년 5월 15일, 네덜란드의 한 제방 관리기구가 레크강 기슭을 보강하려고 한 개인에게서 1,000길더를 빌렸다. 378년이 지난 오늘까지 원금은 한 번도 돌아가지 않았다. 이것은 채무불이행이 아니다. 계약이 그러했다.
염소 가죽에 쓴 증서
레크데이크 보펜담스(Lekdijk Bovendams)는 은행이 아니라, 위트레흐트 하류 레크강의 제방 30여 킬로미터를 맡은 지주들의 합의체였다. 혼스베이크 부근에서 물살을 기슭에서 밀어내는 수제(水制) 여러 기를 지을 재원이 필요했다. 세를 걷는 대신 이 기구는 빌렸다. 1648년 5월 15일, 니클라스 더 메이어라는 사람에게 염소 가죽에 손으로 쓴 증서를 내주었다. 「스타위버 스무 닢짜리 카롤루스 길더 1,000」에 대한 대가였고, 연 5%의 이자를 만기 없이 지급한다는 조건이었다.
만기가 없다는 말은 말 그대로다. 상환기일도 없고, 원금 반환도 없으며, 발행자가 존속하는 한 이자만 계속 발생한다. 금리는 같은 세기 안에 두 차례 낮아져 3.5%가 되었다가 2.5%가 되었다. 제방 관리기구 자체는 사라졌으나 그 채무는 손에서 손으로 이어져, 오늘날 위트레흐트의 치수를 맡은 더 스티흐서 레인란던 수리조합에 이르렀다. 예일대학교는 2003년 경매에서 금융사 소장품으로 이 문서를 사들였다. 1977년 이후로는 아무도 이자를 청구하지 않았는데, 2015년 한 사서가 직접 찾아가 12년치 밀린 이자 136.20유로를 받아 왔다.
예일대의 증서는 알려진 다섯 점 가운데 하나다. 더 오래된 것도 있다. 같은 기구가 1624년 엘스컨 요리스도흐터라는 사람에게 1,200길더를 받고 발행한 증서는 1938년 뉴욕증권거래소에 기증되어 지금도 그곳에 있다. 연간 이자는 13.61유로다.
만기 없는 빚은 갚지 않은 빚이 아니다
영구채는 문서고의 진기한 물건이 아니다. 그것은 부채의 가장 앙상한 형태다. 빌려주는 쪽이 사는 것은 만기가 아니라 소득이며, 그 값은 나눗셈 한 줄로 정해진다. 이자를 요구수익률로 나눈 값이다. 영국은 1751년의 콘솔(consols)로 이를 국채의 수단으로 삼았고, 마지막 물량은 2015년에야 상환되었다. 은행들은 지금도 하이브리드 채무라는 이름으로 이를 발행한다. 끝내 돌려주지 않는 원금은 자기자본을 닮았기 때문이다.
남는 교훈은 둘이다. 하나는 사슬에 관한 것이다. 이 채권은 네덜란드 공화국도, 나폴레옹도, 길더 자체도 넘겨 살아남았다. 뒤를 이은 기관이 저마다 그 의무를 물려받기로 했기 때문이다. 지속하는 것은 양피지가 아니라 끊기지 않은 약속의 연쇄다. 다른 하나는 덜 흐뭇하다. 1648년의 1,000길더는 상당한 액수였으나, 해마다 지급되는 몇 유로는 이제 아무것도 아니다. 영구성은 지급이라는 원칙을 보장할 뿐, 그 구매력은 결코 보장하지 않는다.
끝내 갚지 않는 빚은 잊힌 빚이 아니다. 끝없이 지키기로 한 약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