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밑에 잠든 재산
1903년, 미국 인류학자 윌리엄 헨리 퍼니스 3세가 미크로네시아의 야프섬에 내렸다. 그는 아무도 그 부를 의심하지 않는 한 가문의 이야기를 들었다. 다만 그 부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것은 수십 미터 물밑에 놓여 있었다.
옮기지 않는 화폐
야프 사람들은 재산을 라이, 달리 페이라 불리는 것으로 셈했다. 가운데를 뚫은 석회암 원반이며, 큰 것은 지름이 3미터를 넘었다. 섬에서는 그 돌이 나지 않았다. 400킬로미터 넘게 떨어진 팔라우에서 캐고 다듬어, 뗏목에 실어 돌아와야 했다. 라이의 값은 크기와 결의 고움에서, 그리고 오는 길에 목숨을 잃은 사람까지 포함한 항해의 이야기에서 나왔다. 길가에 한번 놓이면 다시는 움직이지 않았다. 주인이 바뀔 때도 돌을 나르지 않았다. 그 사실을 알렸고, 마을이 기억했다.
퍼니스는 그 극단의 사례를 적어 두었다. 한 조상이 팔라우에서 유난히 훌륭한 돌을 가져오던 중 폭풍이 뗏목을 덮쳤다. 목숨을 건지려 밧줄을 끊었고 원반은 가라앉았다. 잃은 것이 과실이 아니라 사고였으므로, 그 가문이 부유하기를 그쳤다고 여긴 사람은 없었다. 두세 세대가 지나도록 아무도 다시 보지 못한 그 라이는 여전히 그 집 재산으로 셈해졌다. 퍼니스는 그 구매력이 집 벽에 기대어 서 있는 것과 똑같이 유효했다고 썼다.
1899년 스페인에게서 캐롤라인 제도를 사들인 독일 식민 당국은 이 이치를 빨리 익혔다. 길을 고치게 하려 했으나, 무엇으로도 옮길 수 없는 돌을 압류하려 들지 않았다. 관리를 보내 라이에 검은 십자를 칠하게 했다. 이제 정부가 그 소유를 주장한다는 표시였다. 공사가 끝나자 십자를 지웠다. 섬사람들은 다시 스스로를 부자로 여겼다.
화폐는 물건이 아니라 장부다
야프는 화폐가 돌지 않아도 작동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 도는 것은 채권이다. 돌은 공동체가 그 귀속을 기억해 두는 닻일 뿐이다. 글자 없이 유지되는 공유 회계이며, 누가 무엇을 가졌는지 모두가 안다. 이것이 곧 장부의 관념이고, 은행 계좌나 계좌부에 등재된 증권, 블록체인이 실은 무엇인지를 밝혀 준다. 옮기는 물건이 아니라, 고쳐 쓰는 줄이다.
밀턴 프리드먼은 1991년 여기서 유명한 비교를 끌어냈다. 1932년 프랑스 은행은 미국이 온스당 20.67달러의 평가를 버릴까 두려워, 보유한 달러 자산을 금으로 바꾸어 달라고 요구했다. 대서양을 건너는 수고를 덜려고,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금괴를 프랑스 소유라 적은 서랍으로 옮겨 놓기만 했다. 언론은 금 유출을 말했고 달러는 약해졌다는 평을 들었다. 돌에 칠한 검은 십자와 서랍에 붙인 딱지 사이에 무슨 차이가 있느냐고, 프리드먼은 물었다.
보이지 않는 돌도, 이웃이 기억해 주는 동안에는 재산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