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

부유하게 만든 것을 되레 가난하게 할 수 있는 횡재

거대한 유전 하나는 한 나라를 부유하게 만들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그것은 나라를 망칠 수도 있다 : 화폐를 부풀려 다른 산업을 질식시키고, 그 지대(地代)가 제도를 좀먹는 것이다. 5년 만에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경제가 된 가이아나가 오늘날 그 실험실이다.

가이아나 평균 성장률
≈ 47 %/년
2022년 이래,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경제
노르웨이 국부펀드
≈ 1조 8천억 달러
세계 최대 : 횡재를 써 버리지 않고 비축한 결과
네덜란드병 자원의 저주 가이아나 국부펀드 제도

발밑에 거대한 유전이 있음을 발견하면 : 누구나 손에 쥔 재산을 상상한다. 그런데 경제사는 흔히 그 반대를 이야기한다. 통계를 쌓아 온 결과, 천연자원을 가장 많이 지닌 나라들이 다른 나라보다 더디게 성장하는 일이 잦고, 심지어 무너지지 않으면 다행인 경우도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지하의 부는, 그것이 부유하게 만들어야 할 나라를 되레 가난하게 만들 수 있다. 그 배후에는 두 가지 기제가 겹친다 : 하나는 화폐를 때리고, 다른 하나는 제도를 좀먹는다.

1 풍요의 역설

부유하게 해야 마땅한 것이, 통계적으로는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수수께끼
선물이 짐이 될 때
이를 «풍요의 역설»(paradox of plenty)이라 부른다 : 석유·가스·광물이 풍부한 경제일수록 오히려 더디게 성장하고, 발전이 더 부실하며, 때로는 불안정 속으로 가라앉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는 기계적인 숙명이 아니라, 반세기 동안 경제학자들을 사로잡을 만큼 뚜렷한 규칙성이다. 이를 설명하는 두 가지 힘은 구분해서 보아야 한다 : 다른 산업을 질식시키는 화폐적 기제인 «네덜란드병», 그리고 지대가 국가 자체를 약화시키는 제도적 기제인 «자원의 저주»가 그것이다.
2 네덜란드병

화폐적 기제 : 횡재가 화폐를 절상시켜 다른 수출을 죽인다.

기제
산업을 옥죄는 지나치게 강한 화폐
이 용어는 1977년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가 만들어 냈는데, 흐로닝언(Groningen)의 거대 가스전을 개발한 뒤 네덜란드 산업이 쇠퇴한 현상을 가리키기 위해서였다. 경제학자 코든과 니어리(Corden & Neary)가 1982년에 모형화한 이 작동 원리는 두 가지 효과로 요약된다. «지출 효과» : 횡재에서 나온 외화가 밀려들고, 내수가 부풀며, 화폐가 절상되고, 그 결과 국산품이 수입품에 견주어 너무 비싸진다. «자원 이동 효과» : 노동과 자본이 산업과 농업을 떠나 한창 호황인 부문으로 몰려간다. 그리하여 강한 화폐, 번창하는 자원 부문, 그리고 그 곁에서 시들어 가는 나머지 경제 전체가 남는다.
3 환율보다 넓은 저주

제도적 기제 : 국가를 좀먹는 지대.

화폐를 넘어서
지대로 먹고살면 책임질 일이 없어질 때
«자원의 저주»(리처드 오티가 1993년에 널리 퍼뜨리고, 삭스와 워너의 유명한 1995년 연구가 뒷받침한 표현)는 환율 문제를 넘어선다. 지대는 또 다른 상처를 벌린다 : 예산을 들쭉날쭉하게 만드는 유가의 변동성 ; 진득한 생산 노동보다 더 구미가 당기는 지대의 포획과 부패 ; 석유가 흘러넘칠 때 덜 급해 보이는 교육에 대한 과소투자 ; 그리고 무엇보다 미묘한 정치적 전환. 세금이 아니라 자원으로 재정을 꾸리는 국가는 국민에게 의존하기를 그친다 : 국민에게 덜 책임지게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민주주의와 제도가 약해진다. 횡재는 이렇게, 도로와 함께 그것을 관리하는 이들의 무책임까지 사들일 수 있다.
4 교과서적 사례, 가이아나

실물 크기의 실험실 : 초소형 국가가 석유 거인이 되다.

실험실
인구 80만, 석유의 바다
이 쟁점을 가이아나만큼 잘 보여 주는 나라는 없다. 2015년, 엑슨모빌(ExxonMobil)이 이끄는 컨소시엄이 남아메리카의 이 작은 나라 앞바다에서 스타브록(Stabroek) 유전을 발견한다 : 회수 가능 매장량이 약 110억 배럴이다. 생산은 2019년 말에 시작되었고, 모든 것이 걷잡을 수 없이 내달렸다. GDP는 2024년 한 해에만 43.6 % 뛰어올랐고 ; 이 기간 가이아나는 연평균 47 %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률을 기록했다. 1인당 소득은 2년 만에 거의 세 배가 되어, 나라를 «고소득» 범주로 밀어 올렸다. 생산은 2027년 무렵 하루 130만 배럴을 목표로 한다. 그 모든 것이 약 80만 명의 인구를 위한 것이다 : 이곳의 횡재는, 그것을 받는 나라의 크기에 견주면 터무니없이 크다.
GDP 성장률, 2024년
+43.6 %
단 한 해의 수치 ; 2022년 이래 연평균 약 47 %(IMF).
회수 가능 매장량
≈ 110억
스타브록 광구의 배럴 수(엑슨모빌 추정, 2022년).
5 안전장치, 그리고 IMF의 경고

가이아나가 마련한 것, 그리고 IMF가 두려워하는 것.

감시받는 신중함
기금, 낮은 부채, 그리고 1순위 위험
가이아나는 위험을 모르지 않는다. 횡재를 탕진하기보다 비축하기 위해, 인출을 점감하는 규칙과 의회 통제를 갖춘 국부펀드 «천연자원기금»(Natural Resource Fund)을 만들었고 ; 공공부채는 GDP의 24 % 안팎으로 낮게 유지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5년 5월 보고서에서 오히려 안심하는 편이다 : 비석유 부문 역시 함께 성장하고 있어, 네덜란드병은 아직 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IMF는 이를 명백히 1순위 위험으로 꼽는다 : 과열, 싹트는 인플레이션, 실질환율의 절상이 억제되지 않는다면 «흔히 네덜란드병과 결부되는 효과»를 낳으리라는 것이다. 위험의 모든 재료는 갖추어져 있다 ; 문제는 규율이 버텨 낼 것인가다.
6 횡재를 바꿔 낸 나라들

저주가 숙명이 아니라는 증거.

본보기
노르웨이·보츠와나·칠레 : 잘 관리된 축복
세 나라는 자원이 지속적으로 부를 안겨 줄 수 있음을 보여 준다. 노르웨이는 석유 횡재를 세계 최대 규모(약 1조 8천억 달러)가 된 국부펀드에 넣어 두고, 한 가지 황금률을 지킨다 : 해마다 기금에서 기대되는 수익만 쓸 뿐, 총수입은 결코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독립 당시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가운데 하나였던 보츠와나는, 튼튼한 제도와 교육 투자를 발판 삼아 다이아몬드를 발전으로 바꿔 냈다. 칠레는 재정지출을 구리 가격과 떼어 놓는 구조적 재정수지 준칙을 갖추었다 : 금속이 비쌀 때 저축하고, 값이 떨어지면 경제를 떠받친다. 세 경우 모두, 규율이 지대를 자산으로 바꿔 놓았다.
7 가라앉은 나라들

그 이면 : 가장 큰 부가 가장 큰 파멸이 되다.

난파
베네수엘라·나이지리아 : 망하게 하는 부
스펙트럼의 반대편 끝에서,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의 석유 매장량을 지녔다 ; 그럼에도 그 경제는 2013년 이래 약 75 % 무너져, 초인플레이션과 대탈출 속으로 빠져들었다. 빼돌려지고 다변화되지 못한 지대는 나라를 지켜 주지 못했다 : 그것은 붕괴에 이르기까지 나라의 취약함을 가려 주었을 뿐이다. 나이지리아는 네덜란드병의 교과서적 사례다 : 1970년에 전체의 약 42 %를 차지하던 농산물 수출이, 석유가 떠받친 강한 화폐에 짓눌려 1985년에는 3 % 아래로 떨어졌고 ; 빈곤은 물러서지 않았다. 앙골라는 실질 절상과 끈질긴 의존 사이에서 같은 궤도를 보여 준다. 이 모든 경우에서, 자원이 취약함을 만든 것은 아니다 ; 그것을 몇 곱절로 키웠을 뿐이다.
8 결정을 짓는 변수

엄밀히 보자 : 숙명도, 자동적인 축복도 아니다.

반론
«제도가 결정한다»
저주에는 결정론적인 구석이 전혀 없으며, 이는 분명히 말해 두어야 한다. 최근 연구는 논점을 옮겨 놓았다 : 자원은 그 자체로 축복도 저주도 아니며, 모든 것은 제도의 질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경제학자 멜룸·모네·토르비크(Mehlum, Moene & Torvik)는 2006년에 이를 한마디로 요약했다 : «제도가 결정한다.» 제도가 «생산에 우호적»인 곳에서는 자원이 부를 안기고 ; «포획에 우호적»인 곳에서는 되레 가난하게 만든다. 브룬슈바일러와 뷜테(Brunnschweiler & Bulte, 2008) 같은 이들은 더 나아가 삭스와 워너의 원래 결과를 반박한다 : 흔히 쓰이는 통계는 자원의 풍요가 아니라 의존을 재는 것이며, 원인과 결과를 혼동한다는 것이다. 신중함이 요구된다 : 횡재는 누구도 미리 단죄하지 않는다.
확대경
그러므로 알맞은 비유는 독약이 아니라 확대경이다. 자원은 한 나라가 이미 지닌 모습을 증폭시킨다 : 잘 통치되는 국가는 노르웨이로, 취약한 국가는 베네수엘라로 바꿔 놓는다. 그것은 미덕도 악덕도 만들어 내지 않는다 ; 그것들이 이미 있음을 드러내고 몇 곱절로 키울 뿐이다.
9 운명이 아닌 선택

횡재는 기계적으로 가난하게 하지 않는다 : 그것은 시험한다.

교훈
지하의 부가 그것을 받는 이들에게 요구하는 것
부유하게 만든 것을 되레 가난하게 할 수 있는 횡재는 터무니없는 모순이 아니다 : 그것은 하나의 시험이다. 그것은 한 나라에 미래의 수단을 건네준다 — 단, 지대를 모두 쓰지 않을 규율, 부를 비축할 절제, 포획에 저항할 제도적 견고함을 갖추었다는 조건에서. 그러지 못하면, 그것은 화폐를 절상시키고, 산업을 망치고, 국가를 좀먹으며, 유전이 마르고 나면 이전보다 더 가난한 나라를 남긴다. 가이아나는 이 내기를 우리 눈앞에서 실시간으로, 그리고 에세키보(Essequibo) 영토를 둘러싼 베네수엘라의 위협 아래서 벌이고 있다. 그 성공이든 실패든, 우리는 그로부터 아주 오래된 역설의 다음 교훈을 얻게 될 것이다.
나침반
두 가지 병, 하나의 역설. 네덜란드병(다른 산업을 옥죄는 강한 화폐)과 자원의 저주(제도를 좀먹는 지대)는 횡재를 되레 짐으로 만들 수 있다.
가이아나, 실험실. 연평균 약 47 % 성장, 1인당 소득 세 배 ; 국부펀드와 낮은 부채가 안전장치이지만, IMF는 이를 1순위 위험으로 꼽는다.
제도가 결정한다. 성공에는 노르웨이와 보츠와나, 실패에는 베네수엘라와 나이지리아. 숙명도 축복도 아닌, 하나의 선택. 이 자료는 하나의 논쟁을 밝힐 뿐, 투자 자문이 아니다.
자원의 또 다른 얼굴
이 자료는 우리가 정반대 각도에서 다룬 한 주제를 잇는다 : 한 자원의 희소성이 힘의 원천이 되는 구리의 전쟁이 그것이다. 여기서는 풍요가 함정이 된다. 자원이 모자라든 넘쳐흐르든 : 두 경우 모두, 모든 것은 그것에 어떻게 대비하느냐에 달려 있다.
핵심 개념 · 파이낸스 아카데미
네덜란드병과 자원의 저주 →
횡재가 어떻게 화폐를 절상시키고 다른 산업을 밀어내는지, 지대가 어째서 제도를 약화시킬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떤 조건에서 자원이 가난하게 하기보다 부유하게 하는지.

함께 읽기 : 구리의 전쟁, 전략 자원의 또 다른 얼굴(풍요가 아니라 희소성). 참고 : 약어 및 두문자어 (IMF, GDP, PDV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