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장

같은 이익, 더 귀해진 몫

신뢰의 신호로 포장되지만, 기록적인 자사주 매입은 단 한 건의 매출도 없이 주식을 희소화해 주당순이익을 기계적으로 부풀린다. 어떤 대가로, 누구를 위해서인가 ? 만들어진 희소성의 해부.

기록
9,420억 달러
2024년 S&P 500 기업이 사들인 액수, 사상 최대 (S&P DJI)
엔진이 멈추다
−20 %
거대 기업의 2025년 2분기 매입, 직전 분기 기록 대비 (S&P DJI)
자사주 매입 주당순이익 메가캡 AI 설비투자 월스트리트

한 기업이 어제와 똑같은 이익을 번다. 그런데도 그 주당순이익은 오르고, 사람들은 그것을 성과처럼 반긴다. 속임수는 단순하다. 자기 주식을 사들여 소각한 것이다. 이익은 꿈쩍하지 않았지만, 이제 더 적은 몫으로 나뉜다. 2024년, 미국 대기업들은 일찍이 본 적 없는 속도로 자기 주식을 희소화했다. 만들어진 희소성 : 누구에게 득이 되며, 무엇을 대가로 치렀는가 ?

1 기록과 모래 한 알

먼저, 그 규모.

정점
사상 최대의 매입
2024년, S&P 500 기업들은 자기 주식을 사들이는 데 9,420억 달러를 썼다. 절대 기록이며, 2023년 대비 약 19 % 늘었다(S&P 다우존스 인디시즈). 2025년 1분기는 석 달에 2,930억 달러로 새 분기 기록을 세웠다. 최근 12개월 기준으로 매입액은 1조 달러에 육박해, 지급된 배당을 웃돈다. 2009년 이후 이런 형태로 주주에게 돌아간 돈은 약 5조 달러에 이른다.
S&P 500 매입, 2024년
9,420억 달러
절대 기록, 1년 새 +19 % (S&P DJI).
분기 기록
2,930억 달러
2025년 1분기만으로 (S&P DJI).
모래 한 알
그런데 2025년 2분기, 엔진이 가장 세게 돌던 곳에서 멈춰 섰다. 시가총액 상위 다섯 기업이 모두 매입을 줄여, 합계가 한 분기 만에 20 % 후퇴했다. 역설은 완전하다 : 일찍이 이만큼 사들인 적이 없는데, 그 기계를 돌리던 기술 거대 기업들에서 벌써 동력이 빠진다. 이유는 : 인공지능이 현금을 잡아먹기 시작한 것이다. 뒤에서 다시 본다.
2 주식은 줄고, 이익은 그대로

먼저 그 메커니즘을 이해하자.

산수
같은 케이크를 더 적은 몫으로 나누기
주당순이익은 단순하게 계산된다 : 순이익을 발행 주식 수로 나눈 것이다. 기업이 주식 일부를 사들여 소각하면, 분모는 줄어드는데 분자인 이익은 꿈쩍하지 않는다. 비율은 기계적으로 오른다. 이른바 '희석 반대(relutif)' 효과다 : 남은 주식 하나하나가 변함없는 이익의 더 큰 몫을 차지한다.
숫자로 본 예시
이전. 한 기업이 1억을 벌어 1억 주에 나눈다. 주당순이익은 1.00이다.
매입. 주식의 5 %를 사들이니 9,500만 주가 남는다. 이익은 그대로 1억이다.
이후. 주당순이익은 1.053, 즉 +5.3 %가 된다. 이익 한 푼 늘지 않고, 매출 한 건 늘지 않고서.
숨은 규칙
금융인들에게는 매입이 언제 주당순이익을 올리는지 가리는 공식이 있다 : 주가수익비율(PER)의 역수가 기업의 세후 조달 금리를 넘어서기만 하면 된다. 표준 교과서 베르니멘이 정리하듯, '그것은 순전히 산술적인 것이며, 가치 창조의 증거가 아니다'. 이 문장을 새겨 두자 : 모든 논쟁은 희석 반대와 가치 창조라는 두 단어 사이의 거리에 달려 있다.
3 애플이라는 교과서

가장 웅변적인 예는 두 숫자로 요약된다.

증명
성장이 일부는 회계적 신기루일 때
2012년 이후 애플은 자기 주식을 사들이는 데 약 7,000억 달러를 들여, 10년 만에 주식 수를 약 38 % 줄였다. 결과는 놀랍다 : 그 10년 동안 애플의 순이익은 약 145 % 늘었지만, 주당순이익은 거의 280 % 늘었다. 둘 사이의 큰 격차가 바로 만들어진 몫의 희소성이다. 2025년 5월, 애플은 그 전해의 1,100억 달러에 이어 다시 1,000억 달러 규모의 매입을 추가로 승인했다. 미국 역사상 가장 큰 한도다.
순이익 (10년)
+145 %
사업의 실제 성과.
주당순이익 (10년)
+280 %
거의 두 배 : 매입의 효과.
그 숫자가 말하지 않는 것
분명히 해 두자 : 애플은 놀랍도록 수익성 높은 기업이며, 그 매입은 넘쳐나는 현금의 활용이다. 그러나 투자자가 '주당순이익 +280 %'를 읽을 때, 그는 거의 세 배가 된 사업을 본다고 믿는다. 그 상승의 절반은 사실 사업이 아니라 금융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구분은 사소한 것이 아니다 : '성장'이라 부르는 것의 뜻을 바꾼다.
4 희석 반대는 가치 창조가 아니다

그래서 결정적 질문이 온다 : 매입은 가치를 창조하는가 ?

오해
현금을 돌려주는 것은 부(富)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다
매킨지에서 애스워스 다모다란에 이르기까지 금융인들의 합의는 분명하다 : 매입은 그 자체로 가치를 창조하지 않으며, 현금을 돌려줄 뿐이다. 주당순이익이 오르면 주가수익비율은 거울처럼 그만큼 내려가, 정작 주가는 움직이지 않아야 한다. 더 많은 매출과 더 나은 마진, 곧 펀더멘털의 개선만이 지속적으로 가치를 창조한다. 매입은 같은 케이크를 더 적은 손님에게 다시 나눌 뿐이다.
진짜 분배
그래도 매입이 가치를 창조하는 경우가 하나 있고, 파괴하는 경우가 또 하나 있다. 저평가된 주식을 사들이면, 기업은 파는 주주를 희생시켜 남는 주주를 부유하게 한다. 그러나 고평가된 주식을 사들이면 반대의 이전이 일어난다 : 충성스러운 이들의 돈이 떠나는 이들에게로 간다. 회의론자들의 표현이 여기서 나온다 : 매입은 흔히 부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옮긴다. 그리고 모든 것은 치른 값에 달려 있다.
5 '비싸게 산다'는 반사작용

그런데 치른 값은, 바로 그 값은, 좀처럼 맞지 않는다.

어긋난 박자
비쌀 때 사고, 쌀 때 멈춘다
상식이라면 주식이 쌀 때 사들여야 한다. 그런데 정반대가 일어난다. 매입은 철저히 경기순응적이다 : 시장의 정점에서 절정에 이르고 바닥에서 무너진다. 위기 직전인 2007년 1분기에는 분기당 1,600억 달러를 넘었지만, 주식이 헐값이던 가장 낮은 시점, 2009년 2분기에는 250억 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그리고 12개월 기준 9,850억 달러의 절대 기록은 주가가 가장 높던 2022년에 세워졌다. 기업들은 비쌀 때 사고, 기회일 때 포기한다.
정점의 매입, 2007년
> 1,600억 달러
분기당, 폭락 직전.
바닥, 2009년 중반
< 250억 달러
주식이 가장 쌌을 때.
레버리지의 위험
더 위험한 것 : 일부 기업은 빚을 내어 사들인다. 자기 주식을 사려고 빌리면 금리가 낮은 동안에는 주당순이익을 끌어올리지만, 재무구조를 약하게 한다. 반전이 닥치면 기업은 빚을 안은 채, 너무 비싸게 산 주식과, 주가를 떠받칠 여력 하나 없는 상태로 남는다. 신뢰의 표현이라던 매입이 그때는 과잉의 증상이 된다.
6 귀한 몫은 누구에게 득이 되나

그렇다면 누가 결정하고, 왜 그러는지 물어야 한다.

유인
사장의 보너스가 주당순이익에 달려 있을 때
경영진의 보수는 흔히 '주당' 목표나 주가에 연동된다. 그런데 매입은 앞의 것을 올리고 뒤의 것을 떠받친다. 사업이 진전되지 않았는데도. 의심은 오래되었다 : 경영자가 기업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보너스를 발동시키는 목표를 채우려고 사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페이 거버넌스의 한 연구가 절반쯤 이를 확인한다 : 매입하는 기업의 46 %가 성과급에 주당 지표를 쓴다.
정직을 위한 단서
그러나 같은 연구가 그 혐의를 누그러뜨린다 : 최대 매입 기업 스무 곳 가운데 4분의 3 가까이가, 회계적 술수로 경영진을 보상하지 않으려고 매입이 보너스에 미치는 효과를 중화한다고 밝힌다. 도착적 유인은 존재하되, 따라서 보편적이지는 않다. 정직한 진실은 그 중간이다 : 이해상충은 실재하지만, 가장 많이 주시되는 이사회들은 그것을 해체하는 법을 배웠다. 일괄 단죄가 아니라 사안별로 지켜볼 일이다.
7 그 돈이 대지 못하는 것

가장 무거운 비판이 남는다 : 빼돌려진 돈.

고발
'번영 없는 이익'
2014년, 경제학자 윌리엄 라조닉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하나의 준거가 된 글, '번영 없는 이익(Profits Without Prosperity)'을 실었다. 그의 진단 : 2003년에서 2012년 사이, S&P 500 기업들은 이익의 54 %를 매입에, 37 %를 배당에 썼다. 곧 91 %가 주주에게 되돌아갔다. 그는 물었다. 그렇다면 생산적 투자와 연구와 임금에는 무엇이 남는가 ? 그가 보기에 기업은 '유보하고 재투자한다'는 모델에서 '군살을 빼고 분배한다'는 모델로 옮겨 간 것이었다.
같은 비중의 반론
숫자는 맞지만, 인과는 아니다. 이익의 91 %가 분배된다는 것은 측정이며, 매입이 투자 부족을 야기한다는 것은 논쟁적인 주장이다.
반론. 법학자 제시 프리드와 찰스 왕(하버드)은 순(純)흐름으로 따져야 한다고 짚으며, 상장 기업의 연구개발이 사상 최고 수준임을 확인한다. 구축의 견고한 증거는 없다.
재순환 논거. 돌려준 현금은 사라지지 않는다 : 주주가 다른 기업, 다른 사업에 그것을 재투자한다. 활용할 줄 모르는 돈을 돌려주는 것은 합리적 자원 배분이다.
진짜 쟁점
이 논쟁은 한쪽으로 결판나지 않는다. 수익성 있는 사업이 없는 기업은 현금을 낭비하느니 돌려주는 것이 옳다. 그러나 매입이 무엇보다 비율을 꾸미는 데 쓰이고, 그동안 연구나 임금을 깎는다면, 그것은 라조닉이 규탄하던 바로 그것이 된다. 분기점은 매입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무엇을 대신하느냐다.
8 법이 끼어들 때

그래서 입법자는 결코 완전히 중립이었던 적이 없다.

규제의 역사
금지에서 권장으로
잊고 있던 사실 : 1982년 이전에는 시장에서 자기 주식을 대량 매입하면 시세조종으로 규정될 위험이 있었다. 레이건 시대에 채택된 SEC의 규칙 10b-18이 사실상 이 관행을 합법화하는 '안전지대'를 만들었다. 그 해에 매입 규모는 세 배가 되었다. 40년 뒤,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순매입에 1 %의 세금을 도입했고 2023년부터 시행 중이다 ; 이를 4 %로 올리려는 안은 끝내 표결되지 못했다.
되살아난 의심
이 주제는 정치적으로 여전히 뜨겁다. 칩스법(CHIPS Act)은 보조금을 매입에 쓰는 것을 금한다. 그리고 주목할 만하게도, 2026년 6월 국방예산의 한 초당파 조항이, 도널드 트럼프와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양쪽의 지지를 받아, 펜타곤 납품업체가 예외 인정이 없는 한 자기 주식을 사들이거나 배당을 지급하지 못하도록 금지할 것을 제안한다. 한때 의심받다 일상이 되었던 매입은, 공적 자금이 걸리면 다시 불신의 대상이 된다.
9 세계도 사들인다

남은 것은 틀을 넓혀 결론짓는 일이다.

유행
일본에서 한국까지, 같은 문법
오랫동안 미국의 전유물이던 매입이 수출된다. 일본에서는 장부가치를 밑도는 상장 기업들에 주주 환원을 더 잘하라고 압박하는 도쿄증권거래소의 지배구조 개혁이 매입 기록을 촉발했다. 한국은 2024년, 그 유명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줄이기 위해 '밸류업' 프로그램을 띄웠고, 삼성과 SK하이닉스가 이끄는 매입이 그 결과다. 어디서나 같은 발상이다 : 성장하지 못한다면, 몫을 희소화해 저마다의 가치를 올린다.
나침반
투자자에게. 사업에서 온 주당순이익 상승과 매입에서 온 상승을 구분하라 : 같은 질(質)의 성장도, 같은 지속성도 아니다.
좋은 매입. 적정한 값에, 더 나은 쓸 곳 없는 현금으로, 미래를 깎지 않고 하면 건전하다. 가장 높을 때, 빚을 내어, 또는 연구를 희생시키면 약해진다.
지금의 신호. 기술 거대 기업들이 인공지능에 자금을 대려 매입을 줄이는 것은 한 가지를 말한다 : 돈이 다른 곳에서, 몫의 희소성보다 더 수익성 있다고 판단되는 쓸 곳을 다시 찾았다는 것이다.
희소성이 치르는 값
2025년 2분기, S&P 500의 설비투자는 1년 새 24 % 뛰었고, 그동안 매입은 후퇴했다. 거대 기업에서 자본은 주주가 아니라 데이터센터로 흘러간다. 어쩌면 이것이, 매입이 필연이 아니라 선택이었다는 가장 좋은 증거다 : 달리 댈 곳이 없어 주당순이익을 올리려던 선택. 더 나은 쓸 곳이 나타나면, 몫의 희소성은 더 이상 우선순위가 아니게 된다. 그러나 그것이 우선순위였던 해들을 위해, 한 가지 질문이 남는다 : 같은 돈으로 공학 학교와 연구소, 임금 인상을 얼마나 댈 수 있었을까 ?
핵심 개념 · 파이낸스 아카데미
주당순이익과 자사주 매입 →
매입이 어떻게 주식 수를 줄여 주당순이익을 올리는지, 그리고 왜 희석 반대가 가치 창조를 뜻하지 않는지.
지수 집중과 패시브 투자 →
왜 첫째가는 매입 주체인 몇몇 메가캡이, 이제 개인 투자자가 보유한 지수에서 지나친 비중을 차지하는지.

참고 : 사용된 약어 및 두문자어 (EPS, 억 달러, S&P 500, SEC, 설비투자).